충전 중 화재, 반복되는 사고
경기 하남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순식간에 연기가 번졌고, 주변 차량들까지 피해를 입을 뻔했다. 운전자는 “충전기 꽂아놓고 올라간 지 몇 분 안 됐는데, 갑자기 연기가 퍼졌다. 내 차가 타들어가는 걸 보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사고는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지난 2025년 4월에도 대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가 불에 타 2시간 반 만에 진화됐다. 2024년 인천 청라에서는 벤츠 EQE 전기차 화재로 23명이 연기 흡입으로 병원에 이송되고, 인근 차량 140대가 피해를 입는 대형 참사까지 있었다.
늘어나는 화재 건수
전기차 화재는 실제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통계에 따르면 2018년 3건에 불과하던 화재는 2023년 72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충전 중 발생한 비율은 약 18.7%로, 단순 주행 중 화재보다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원인을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에서 찾는다. 한국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배터리는 충격이나 과열에 취약하다. 냉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폭발적 화재로 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사와 정부의 대응
문제는 제조사와 정부의 대응이 충분히 빠르지 않다는 점이다. 제조사들은 화재 원인에 대해 외부 요인을 지목하거나 “특이한 사례”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은 장기간 보상 지연에 시달리고 있다.
2024년 인천 화재 이후 정부는 배터리 공급사 정보 공개를 제조사에 권고하고, 무료 점검 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법적 강제성은 없다. 서울시는 추가로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충전 시 90% 이상 충전 제한 권고를 내놨지만, 현실적인 단속이나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불안에 떠는 소비자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신차를 구매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화재로 차량을 잃은 차주는 “차도 잃고, 보상도 지연되고 있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충전 중 발생하는 화재는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지하주차장과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는 진화도 어렵고, 연기 피해가 더 치명적이다.
안전 대책, 더는 늦출 수 없다
전기차는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화재 위험은 여전히 현실이다. “내 차도 안전할까?”라는 소비자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 제조사와 정부가 책임 공방을 넘어 실질적인 안전 기술 개선과 명확한 보상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기차에 대한 신뢰는 더 무너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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